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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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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leeaux)2018-07-30 12:10:10

라엘의 목소리는 악기다. 작은 체구에서 뽑아내는 탄식 같은 소리에서부터 긴 호흡으로 굵고 둔중하게 몰아 내지르는 음성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색을 대할 때마다 듣는 이는 그녀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가슴으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4명의 목소리가 쌓여 웅장함을 형성했던 곡, 영화 <레미제라블> OST의 <One Day More>를 혼자서 소화해낸 라엘을 기억한다면 이 말에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라엘의 최근 싱글 <잠을 좀 자고 싶어요>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음반은 그녀의 새로움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치 심연의 기저에서 갓 건져 올린 듯한 축축함, 어쩌면 싱그러운 아침에 눈앞을 뽀얗게 드리운 신선한 안개 같은 곡들은 듣는 이의 감성을 그녀가 이끄는 음악 속으로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마치 물에 대한 메타포로 읽히는 듯한 라엘의 음악은 듣는 이의 가슴을 충분히 어루 만져주는 자연친화적이며 치유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라엘의 음악을 힐링 뮤직이라고 규정지어지는 것인지는 모르나 아직 그녀의 가능성은 다양하기에 무엇이라 틀을 만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라엘이 발표한 이번 곡들은 묘한 구석이 있다. 어쿠스틱 코드를 기반으로 한 앨범의 곡들은 상당히 흐트러진 듯 보이지만 잘 들어보면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다.
마치 자유롭게 자라나는 나무들을 먼 곳에서 바라보았을 때 큰 하나의 숲이 되어있는 같은 뉘앙스랄까.
자작곡인 <Take It Slow>은 싱커페이션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곡으로 부모님의 행복한 웃음 속에서 슬픔을 느껴버린 라엘의 감정이 담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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